9/14/2010

철들어가나?

며칠전의 일인데 이렇게 적어놓지 않으면 잊어버릴것 같아서 로그로 남김.

수현이는 학교에 남편도 학교로 다들 가고
나와 광현이만 남아 거실에서 빨래를 개고 있는중.
난 열심히 빨래를 개고, 광현이는 장난감을 가지고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딩굴딩굴하다가,
거실 한 벽면에 비친 반사된 햇빛을 보더니
"엄마 저게 뭐야?" 물었다.
난 뭘 물어보는지 몰라서
"뭐가?" 하고 되물었더니
소파에 딩굴던 옥채를 일으키시더니 해그림자에 다가가
"이거 말이야" 한다.

"응 그거 햇빛이 반짝 반짝 빛나고 있는거야" 얘기해 줬더니
신기한 듯 내내 손으로 벽을 쓰다듬어 보다가 뭔가를 집어들더니 또 묻는다.

"엄마. 엄마가 큰엄마랑 큰아빠를 사랑해서 이거 여기다 놔둔거야?"
무슨 말인지 궁금하고 뭘 들고 그런말을 하나 싶어서
"그게 뭔데? 이리 가져와봐" 했더니
쪼르르 볼펜 두자루를 가지고 나에게 온다.

큰아빠랑 큰엄마랑 뉴욕여행할때 묵었던 호텔에서 집어온 볼펜이였다.

별 관심도 없는 듯 했고, 설마 이런것 까지 기억할까 싶어서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
"이거보니까 큰엄마랑 큰아빠가 생각이 났어?" 했더니
"응. 큰엄마랑 큰아빠랑 사랑하니까 여기 놔둔거지" 한다.

전에 어디선가 우리말의 어원에 대해서 본 글 중에 '사랑' 이라는 말이 어디서 나온말인가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
거기서 하던 말은
생각 사, 양 량 해서 사량이 변해 사랑이 되었다는 얘기였다.
무언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면 그게 바로 그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뭐 그런.

우리 완두가 그 볼펜을 보더니 큰엄마랑 큰아빠가 떠올라 그게 사랑이란 말과 연관을 지었다는게 너무나 신기.